
2009/12/14 16:28
내가 나의 소설에 대하여 주장하는 읽을거리에 부합하는 <기자들>은, 소설이 아니다. 읽을거리는 유기적인 플롯대신 파편화된 일화들로 조립되고, 무수한 정보와 담론이 강력한 이야기를 대신한다. 이렇듯 종합잡지적으로 구축된 읽을거리는 집중된 독서를 위한 시간이 빠듯한 현대인에게 부담 없는 장르이다. 독자는 아무 페이지나 펼쳐 슬렁슬렁 읽으면서 많은 잡상식을 얻어 들을 수 있어 뿌듯한 포만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 포만감은 감동과 거리가 멀다. 클라이막스가 없기 때문에 시작과 끝이 중요하지 않은 이 읽을거리라는 장르는 원고지를 한없이 메꾸어 작가에게 기하급수적인 고료 수입을 가져다줄 수도 있는데, 클라이막스가 제거된 읽을거리는 엘리베이터에서 흘러나오는 엘리베이터 뮤직과 같다. ... 엘리베이터 소설은 대서사가 사라진 시대, 갈등 없는 사회의 총아다. 강력한 감동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이야기는 확실히 현대인의 약한 심장을 상하게 하고,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해야 하는 소시민의 취침을 방해한다. 하므로 가슴을 벌렁거리게 하지 않고 뇌세포만 약간 불려놓는 읽을거리란 얼마나 착하고 순한가? 읽을거리 만세!
- 장정일, 독서일기 1. 중에서
동감.
뭐 시간을 유익하게 알뜰살뜰 써야하는 건 아니지만,
심각한 얼굴로 그럴 듯하게 포장되어서 진짜 인줄 알고 읽었다가 망한 '읽을거리' 소설들이여
제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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