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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세포만 약간 불려놓는.. - 2009/12/14 16:28 2009/12/14 16:28 내가 나의 소설에 대하여 주장하는 읽을거리에 부합하는 은, 소설이 아니다. 읽을거리는 유기적인 플롯대신 파편화된 일화들로 조립되고, 무수한 정보와 담론이 강력한 이야기를 대신한다. 이렇듯 종합잡지적으로 구축된 읽을거리는 집중된 독서를 위한 시간이 빠듯한 현대인에게 부담 없는 장르이다. 독자는 아무 페이지나 펼쳐 슬렁슬렁 읽으면서 많은 잡상식을 얻어 들을 수 있어 뿌듯한 포만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 포만감은 감동과 거리가 멀다. 클라이막스가 없기 때문에 시작과 끝이 중요하지 않은 이 읽을거리라는 장르는 원고지를 한없이 메꾸어 작가에게 기하급수적인 고료 수입을 가져다줄 수도 있는데, 클라이막스가 제거된 읽을거리는 엘리베이터에서 흘러나오는 엘리베이터 뮤직과 같다. ... 엘리베이.. 2024. 3. 16.
주옥같은 옥편들 - 2009/11/02 01:09 2009/11/02 01:09 가끔가는 신마님 홈페이지에서 퍼온 글. 인터넷에 떠도는 글이라는데 어디서 떠도는지 ㅎㅎ 거참 신통할세. 늘 하던 얘기, 맘 속으론 다 아는 얘기지만 또 그리 못하는 것들. 사회에 나가면 누구나 알게 되는 사실 1 나까지 나설 필요는 없다 2 헌신하면 헌신짝된다 3 참고 참고 또 참으면 참나무가 된다 4 포기하면 편하다 5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6 아니면 말고 7 나도 나지만 너도 너다 8 목숨을 버리면 무기만은 살려주겠다 9 가는말이 고우면 사람을 얕본다. 10 잘생긴 놈은 얼굴값하고 못생긴 놈은 꼴깝한다 11 공부는 실수를 낳지만 찍기는 기적을 낳는다. 12 까도 내가 까 13 난 오아시스를 원했고 넌 신기루만으로 좋았던거지 14 동정할 거면 돈으로 줘요 .. 2024. 3. 4.
눈부신 가을날 - 2009/10/15 22:54 https://youtu.be/SLl1NaHD2vo 2009/10/15 22:54 지금. 한영애의 가을시선,을 듣고 있다. 오늘 오후는 정말 이 노래처럼 적당히 서늘하고 노란 오후 햇빛의 기운이 어리는 완벽한 가을, 시월 오후 였다. 요즘 날들은 정말로, 가을 그 자체인 것 같다. 가을이 깊어간다는 말, 정말 그 말이 딱인 것 같다. 시원한 기운에서 서늘한 기운이 되었을 때, 그때가, 차오르는 가을의 상현달이라면, 서늘한 기운에서 차가운 기운이 되었을 때, 그때가 기우는 가을의 하현달일테고, 음, 지금은 가을의 정점인 것 같다. 내일이면 조금씩 이지러가는 보름달이 될. 요즘 날씨 보면, 정말 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 아까운 가을의 나날들! 오후 늦게 놀이터에 나와, 반대편 마을 야산에 노란 햇빛이 은은하.. 2024. 3. 4.
몽유도원도를 보러가다 - 2009/10/06 00:25 2009/10/06 00:25 오늘 박군 휴가라 세현이랑 같이 칙칙폭폭을 타고 박물관에 갔었더랬다. 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몽유도원도를 볼 수 있는 기회라나. 원래 월요일 휴관인데 이것 땜시 문 연거라 사람이 좀 적을 줄 알았더니 왠걸, 입장하는데만 한시간도 넘게 걸리고, 몽유도원도 보는데만 거기서 더 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상황이 이쯤되다 보니, 긴 줄 땜시 안좋은 고성도 오가고.. 여하간. 줄 서는데 질리고 사람에 치여서 그림에 대한 별반 소회는 없었다. 그래두 다시 돌아와 이 그림을 보니 뭐랄까. 좀 그로테스크한 느낌과 환상적인 느낌이 드네. 꿈 속의 세계를 그린 거라 그런 걸까? 게다가 왼쪽은 현실의 세계, 오른쪽이 이상의 세계인데 부박한 그의 생애와 겹쳐져 외려 왼쪽은 평면적으로, 오른쪽은 .. 2024. 3. 4.
기억의 사슬고랑 - 2009/09/09 00:59 2009/09/09 00:59 불현듯 뭔 생각이 들어 옛날 편지 상자를 뒤적이다가 친구가 나에 대해 써준 글이 나왔다. 재밌어서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읽었다. 십년도 넘어 보니 참. 새삼스럽네. 내가 그랬구나. 은행원 유니폼보다 더한, 풀빵스런 애기엄마의 삶을 살다보니 내가 어더랬는지는 잊어버리다 못해 잃어버렸다. 하루하루 사는 거 자체가 이젠 큰 일이다 보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었는지는 전혀 상관없는, 그저 생활의 연속과 나열. 뭐 그런 것이었던 것이었다. 흠. 친구가 본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남다른 호기심과 관찰력. 그리고 open minded. (아, 저 open minded에서 몹시 걸린다. 예전엔 정말 그랬다. 모든 걸 다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인정할 수는 있다. 그 어떤 것이든. .. 2024. 3. 3.
트리플을 보다가 잡 생각 - 2009/07/23 23:56 2009/07/23 23:56 1. 마음에 불이 켜지는 순간 하나의 집엔, 여러 층이 있고, 그 층마다 많은 방들이 있다. 어두운 밤, 골목 저편, 덩그러니 있는 집. 흐릿한 불 하나만 켜져있던 그 집에 일제히 집의 구석구석 모든 곳에서 불이 들어오는 순간. 모든 창마다 환한 불빛. 누구나 마음엔 하나씩 집이 있을터이고, 그 집에 불이 켜지는 순간. 마음에 불이 켜지는 순간. 그 때 알게 되는 게 아닐까, 이게 사랑이군. 조군에 대해 더이상 쿨하지 못하고 들썩거리는 감정으로 맘이 괴로운 상희를 보며 음, 갑자기 불 켜진 집이 생각났다. 2. 식구 하루는 그 집구석에서, 나이 상으론 거의 조카 뻘이지만 매일 아침마다 살뜰하게 밥을 해대는 것이 유사 엄마, 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감독이 너무 순정만화를 .. 2024. 3. 3.
동요 - 2009/07/01 17:32 2009/07/01 17:32 https://youtu.be/svXhk8fsaDk 가을밤 - 신영옥 노래 어디갔다가 우연히 듣게 된 노래. 어릴적 참 많이 들었던 노래다. 멜로디가 너무 곱고 애잔해, 노래 끝나자마자 제목 확인하곤 인터넷을 뒤졌다. 요즘 동요들은 그냥 놀이 동요랄까, 한번 흥겹게 듣고 마는 노래인데 예전에 우리가 어릴 적 들었던 동요는 서정적이다. 말 그대로 감정이 실려있다. 못살때라 힘들어 그랬는지 가족과 떨어져 있는 내용의 노래들 (섬집 아기나 꽃밭에서나 과꽃이나 오빠 생각이나.. 따져보니 진짜 많다) 그래서 듣다보면 슬퍼지는, 멜로디는 너무 곱고 아름다운 그런 노래들이다. 생각해보니 그런 거 같다. 요즘 아이들에겐 서정이라는 게 있을까 싶다. 뭔가 교육받는 류는 말할 것도 없고 노는.. 2024. 3. 3.
위로 - 2009/04/20 21:54 2009/04/20 21:54 최근에 '결혼제국'이란 책을 읽었다. 두 대담자의 사정없는 칼날이 시원/통쾌하면서도 때론 아프다. 특히 우에노 교수던가 하는 분의 말들이 꼭 대학 4학년 시절의 나와 재원, 그리고 여성학 수업 시간에 벌어지던 말들과 꼭 같아서 깜짝 놀랬다. 그랬다. 그때는 정말 신랄하게 비판했었다. 객관적이다 못해 듣는 이 거북할 정도로 비정하게 말하곤 했었다. 심지어 여성학에서 결국 대안으로 삼으려했던 모성, 여성성 이런 거에 조차도 믿지 않았으니깐. 참 고민도 많이 하고 말도 많이 하고 토론도 많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그때 그런 얘기들이 캠퍼스 안에 있는 학생들이나 한참 떠들 수 있는 탁상공론처럼, 지나친 관념론과 이론적인 얘기들, 아직 일상에 덜 피곤한 학생 애기들.. 2024. 3. 3.
... - 2009/03/21 00:37 2009/03/21 00:37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얘기지만,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고 있다. 어떤 이들은 싸늘한 눈길로, 어떤 이들은 달콤한 말로. 겁쟁이들은 입맞춤을 사용하고, 용감한 사람들은 칼을 사용한다. 어떤 이들은 젊었을 때, 어떤 이들은 나이가 든 후에, 사랑하는 이를 죽인다. 어떤 이들은 탐욕의 손으로, 어떤 이들은 황금의 손으로 사랑하는 이의 목을 조른다. 가장 친절한 사람들만이 칼을 사용한다, 사랑하는 이의 몸이 빨리 식을 수 있도록. 어떤 이들은 너무 적게 사랑함으로써, 혹 어떤 이들은 너무 오래 사랑함으로써, 어떤 이들은 팔고, 또 다른 이들은 그것을 산다. 어떤 이들은 온통 눈물 속에 사랑하는 이를 죽이고, 어떤 이들은 한숨 한번 짓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이를.. 2024. 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