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04/20 21:54
최근에 '결혼제국'이란 책을 읽었다.
두 대담자의 사정없는 칼날이 시원/통쾌하면서도 때론 아프다.
특히 우에노 교수던가 하는 분의 말들이 꼭 대학 4학년 시절의 나와 재원,
그리고 여성학 수업 시간에 벌어지던 말들과 꼭 같아서 깜짝 놀랬다.
그랬다.
그때는 정말 신랄하게 비판했었다.
객관적이다 못해 듣는 이 거북할 정도로 비정하게 말하곤 했었다.
심지어 여성학에서 결국 대안으로 삼으려했던 모성, 여성성 이런 거에 조차도 믿지 않았으니깐.
참 고민도 많이 하고 말도 많이 하고 토론도 많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그때 그런 얘기들이
캠퍼스 안에 있는 학생들이나 한참 떠들 수 있는
탁상공론처럼, 지나친 관념론과 이론적인 얘기들,
아직 일상에 덜 피곤한 학생 애기들의 얘기인 듯 여겨지게 되었다.
그게 다 공중누각이고, 뜬구름 이라 하기엔
그 고민과 열정과 시간이 참 억울하기도 했지만
세상을 잘 몰라서 그런가보다 했다. 그리고 잊었었다. 한참을.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때 우리의 이야기들이
시간 낭비가 아니었음을, 그렇게 생각했던 것들이
맞기도 하며 누군가 그렇게 생각하고 그런 논조를 이어오고 있다는 것에
위로를 받았다.
그냥 울컥했다.
내용은 열라 살벌한데 말이다.
예전엔 남이 나의 지나온 시간을 단 몇마디의 말로 평가하고 막 재단할 때
화가 나고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런데 졸업 하고 회사다니고 여차저차 세상과 부딪치면서
이후 벌어지는 일들마다 세상이, 운이 그 모든게 내 편이 아니란 사실에
꼬리를 물고 벌어지는 안좋은 일들에
이건 나의 문제인가보다, 하면서 자신을 폄하하게 되고
그간의 내 그런 시간과 생각조차도 그냥 세상풍파 겪지 못한 이론가의 몽상 정도로
스스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이 책이 내게 다시 알려준 셈이다.
그 모든 것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
그 사실 한 가지 만으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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