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오늘은 이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어제도 켰었지만, 마음이 내려앉아서 쓸 수 없었다.
하지만, 글을 써야 마음이 가벼워질 듯해서 뭐라도 써보기로 했다.
엊그제 넷플릭스의 퀸시 존스에 대한 다큐를 보다가,
James Ingram의 Just Once 도 그가 프로듀싱했다는 걸 새삼 깨닫고 나서,
워낙 좋아했던 노래라 오랫만에 그의 노래를 다시 찾아서 들어보았다.
듣는데 눈물이 쏟아진다.
이 노래는 나의 2001년 재즈아카데미 시절의 그 모든 것들을 담고 있다.
모두들 음악을 사랑했고, 열심이었지만,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던.
재즈아카데미 3분기가 되면, 레코딩 수업이란 게 있어서
각 팀 별로 한 곡을 레코딩을 하게 된다.
나야 워낙 인사이더는 아니였고, 우리 팀의 드럼, 베이스, 기타 도 그러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드럼은 좀 열심히 한 것 같다)
나는 그때 내적으로 엄청 큰 타격을 받은 일들로
음악이고 뭐고 하루하루 버티는 게 힘든 지경이어서
이 합주 레코딩도 녹도 재즈 합주시간에 한 곡으로 정하고, 대충 연습하고 대충 녹음하였다.
나랑 친했던 몇 안되는 사람 중에,
우리 기수에서 유일하게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가 있었다.
그 언니네 팀은 팀의 합도 좋았고, 모두들 열심이었고,
그래서 보컬반의 가장 잘한다는 모시기 어려운 친구를 보컬로 데려와서
<JUST ONCE> 을 녹음 한다고 해서 모두 기대하고 있는 레코딩이었다.
언니네 팀이 레코딩할 차례가 되어
몇몇 지인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언니네 레코딩 하는 걸 구경하고 있었는데
<JUST ONCE>는 (그 유명한) 전주가 피아노로 시작되는데,
그 전주 파트 연주는 정말정말 쉬운 부분인데,
언니가 너무너무 긴장한 나머지 계속 들어가는 부분을 실수해서
레코딩이 처음 4마디를 못가고 계속 끊고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언니는 점점 더 긴장해서 손까지 덜덜 떠는 게 부스 밖에서도 보일 지경이었고
보는 우리들은 너무 안타까워서 어쩔 줄 몰랐었다.
그렇게 모두들 언니 만을 바라보는데..
그 바쁘다는 보컬 친구 불러놓고 보컬을 노래 한 소절도 시작 못하고
정해진 레코딩 시간은 흘러가는데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그래서 결국 레코딩을 한번 하긴 했던가?
여건 상 다시 날짜 잡아 레코딩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는데
다시 했었던가 그랬던 거 같기도
너무 오래되어 그 후의 일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여튼 그 일은 우리에게 좀 충격이었고,
무대공포증이 있는 나도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그 3학기를 마치고, 나는 마지막 4학기 수업은 등록하지 않은 채
회사를 들어갔다.
뭔가 강제적으로 나를 일으켜서 어디로 데려가서 일을 시키지 않는 한
하루하루 사는 게 쉽지 않아서 였다.
이렇게 내 자신을 다잡지도 못하는데, 무슨 음악인가 싶어서
음악도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포기할 수 있었다.
그 언니는..
4학기까지 마치고 졸업을 했으며,
졸업 후 몇 년은 나름 음악하며 살아보려고 애를 썼었다.
그렇지만, 우리 대다수가 그렇듯
나는 그렇게 대단하진 않은데,
내가 내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는
어느 시점에서는 더 이상 음악을 할 수 없는 지점이 온다.
그 시점이 왔을 때 언니는
엄청 힘들어했다고 들었다.
한 달 동안 술 마시며 괴로워했다고.
(그 언니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난 레코딩 부스에서의 그 일이 생각났고
아마 그 때의 일이 어쩌면 언니가 음악을 접게 하는 마음을 먹게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나는 음악을 그만 두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
한편으론 홀가분한 기분이 들면서
생각보다 금방 정을 뗐었다. 언니처럼 막 힘들어하진 않았다.
그런데 언니가 그렇게 힘들어했다는 얘기를 듣고,
아, 언니는 진짜 음악을 좋아하는구나
헤어지고 싶지 않은데, 헤어지게 되어 너무너무 괴롭구나.
음악을 좋아하는 게 제일 큰 재능이란 걸 그때 깨닫게 되었다.
<JUST ONCE>를 듣고 있노라면 그때의 음악에 사로잡혔던 우리가 생각나고,
모두 열심이고 모두 사랑했지만, 모두 각자의 갈 길로 뿔뿔이 흩어져
이젠 연락은 커녕 기억에서도 희미해진 그 시절 친구들이 생각난다.
다들 어디선가 음악을 하고 있진 않겠지만, 잘 지내고 있겠지..
그때는 그토록 소중했지만, 지금은 희미해진 것.
그리고 청춘의 빛난 시간들.
어쩌면, 이 노래가 슬픈 건, 늙어버린 나를 마주하게 되어서 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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