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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layer/2024년

평행 우주

by 달나라타령 2024. 2. 24.


실로 오랫만에 현대교회가 나오는 꿈을 꾸었네. 

언제부터인가 뒤돌아보지 않는 사람이 되어 옛날 생각들은 잘 안하고, 꿈도 거의 꾸지 않게 되었거든.


시기는 아마도 이십대 중반? 아무도 결혼하지 않은 때. 

갈까말까 하다 대예배를 드리러 가서, 교회 뒤쪽 구석 어딘가 자리를 찾다가 앉았는데, 같은 줄에 니가 앉아있었음.


어느샌가 문정이가 옆에 앉아 있더니 효정이가 다음 달에 결혼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장례식장에서 만난 교대 동문 남자친구) 그 남자 친구랑 결혼하는건가 속으로 생각했지.

그리고 예배 끝나고 교회 근처 어디에선가 서영이를 만났어. 서영이도 곧 결혼을 앞두고 있었고 상대는 주영이었어.

그냥 청년1부 어느 시절, 있었을 법한 평범한 주일, 대예배를 보고 나와서 얘기를 나누고 하는 그런 평범한 루틴 .

너도 알다시피, 나는 비현실적인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 과거 특정 시점에서 만약 그때 내가 이랬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거의 해보지 않았어.

그런데 그 꿈을 꾸고 나서, 처음으로 서영이가 그때 엄마와 싸우지 않고, 주영이랑 결혼했으면 지금 어땠을까.

너도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윤정이랑 만났으면 어땠을까, 나는 ... 어땠을까 생각해보았지.


일단 나는 상대방이 나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았으므로, 달라질 건 없을 것 같고,
너랑 서영이는 처음 사랑한 그녀들과 결혼했을 수도 있겠지.

그러고 나서 세월을 20년 점프하여 지금 이 순간이라면, 그때의 나는, 너는, 서영이는, 지금보다 더 행복하거나 뭔가 더 좋았을까?

생각해보니 그건 아닐 것 같더군. 그냥 지금의 마음 상태 보다 더 뭔가 크게 플러스 일 것 같지는 않고 고만고만 할 것 같은 거야.
어느 삶을 살았건 결국은 지금 처럼 고만고만한 만족과 기쁨 정도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
물론 실제 현실에서 너와 서영이와 내가 각각 겪어야 했던 마음의 고통은 안 겪어서 마음 한 구석이 멀쩡했을 수 있겠지만.

뭐랄까.. 모래 사구 처럼, 이 언덕이 아니더라도 저 언덕이었을 거고, 수십년 지난 시점에서는 다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은.. 그런 생각이 들었어.
물론, 지금의 내가 약을 먹고 있어서 마음이 안정되고, 지금의 니가 여자 친구가 있어어 마음이 채워져서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내가 전에 말했던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에 보면 평행 우주 얘기가 나와. 평행 우주, 아니면 alter-world 가 있다면, 과거에서 다른 선택을 한 내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세상.
그 세상은 어땠을까 오늘 생각해보았네.
물론 다른 세상에선 다른 경험치를 쌓아 지금과는 다른 내가 되었을 수도 있지만

결국 나라는 존재의 한계 때문에,  그 직후엔 다른 삶을 살아도 수십 년이 흐르면 비슷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

오늘의 꿈 얘기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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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고 나서 왠지 이 꿈은 얘기해줘야 할 것 같아서 

등장 인물 중 한 명에게 메신저로 메세지를 보냈다.

 

이 선택이 아닌 다른 선택을 했을 때, 시간이 한참 흐른 시점에서 보면 나의 상태는 더 나았을까?

그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고통을 겪지 않고, 마음의 어느 부분은 망가지지 않았을테지.

그 고통으로 인해 다른 이들의 고통에도 민감해져서 공감의 영역이 넓어지긴 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 고통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일정 이상의 고통은,  그 고통의 시간이 지나가도 장애를 남긴 채, 그 고통을 겪기 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상처는 없는 게 좋은 것. 비록 미성숙하고 naive하게 만들지라도.

 

영화 [에에올]도 그렇고, 미드 [프린지]도 그렇고

평행 우주에 대해 다룬 드라마를 보면, 나의 평행 우주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고통의 시퀀스를 지나오지 않았다면,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듯도 싶고

지금의 나와 좀 다른 긍정적이고, 진취적이고 막 그런 사람일까 싶지만

역시나 core 부분은 그대로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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